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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를 마주할 때 자연스럽게 ‘단죄’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역시도 누군가의 고통을 만든 행위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벌’을 통해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때때로 질문하게 된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이 질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결코 가해자를 옹호한다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범죄자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때로는 오랜 시간 방치와 고립 속에 살아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면을 보려는 노력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이기도 하다. 이는 단지 그들을 용서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상처의 뿌리를 이해하고 치유해 나가려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경계는 매우 섬세하다. 지나친 이해는 책임을 흐릴 수 있고, 무조건적인 단죄는 사람을 오롯이 낙인찍어버린다.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알맞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되, 그 사람의 전부를 단정짓지 않고,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믿는 것 말이다.
단죄와 이해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있을 때,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잘못에 대한 책임과, 사람에 대한 존중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 경계 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우리 사회의 얼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얼굴은 단순히 ‘엄격함’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진정으로 강한 사회는, 단죄의 칼날과 동시에 이해의 손길을 함께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 입은 이들을 보호하고, 길을 잃은 이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이 것이 누군가는 여전히 문 너머에서 망설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그 문을 얼마나 열어두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도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경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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